비치는 얼굴이 그립고 또 그리운데

만지고 싶어 손을 내밀어도 닿지 못하고 신기루마냥 일렁이다 사라진다

이제 주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팔자주름이 얼마나 패였었는지

눈밑이 얼마나 튀어나왔고

손에 굳은살이 어디에 박혀있었는지

수천일을 본 얼굴도 몸도 기억나지않기 시작해서

심장이 통째로 뜯겨나간 그자리에서 혈관이 마구잡이로 쥐어뜯긴 처참한 살덩어리와 뒤엉켜 피를 뿜어내는 것 같다

뱃속이 타들어가는 느낌

 

처참하구나

멍이 들 정도로 세게 몇시간이고 허벅지나 배 가슴을 내리친다던지

왼쪽 손목이 부어터질때 까지 내리친다던가

칼로 생채기를 낸다던가

욕조에 물을 한가득 받고 들어가 숨이 막혀오고 눈물이 핑 돌정도로 오래 머리를 쳐박고 있는다던가

 

그러고나면 그나마 나았다

그정도로 심장을 옥죄던 시기가 있었지

 

지금 흉터는 없지만 

하얘진 멀쩡한 왼손을 보고있다보면

 

옛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며 속죄하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울이라는 바다에 자신을 적시고

짠 소금기에 입술이 말라가는 것을 느끼며

귀와 눈과 입 온갖 몸에 난 구멍들로 따가운 소금기와 냉기가 침투해오는 것을 느끼며

 

평온하게 익사해가는 것은 이토록 쉽다

 

생명을 가라앉히고 눈을 감고 모든 것을 외면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익사한 뒤의 세계를 상상해보곤 한다

 

덮인 눈꺼풀 위로 그려지는 세계는 참 아름답다

변하는 것도 없이

오점도 닦혀 반짝반짝 빛나는 세계

추악하고 뒤틀린 나라는 것이 없어진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이 부셔서 멀어버릴 듯한 어지러움이 든다

 

그러고 눈을 뜨면

내가 흘린 우울이라는 감정이 

끝을 헤아릴 수 없이 빚어낸 바다의 한 중간에서 눈을 뜬다

 

뗏목도 부표도 섬도 아무것도 없다

그저 나와 바다만 존재하는

검고 차가운 겨울의 밤바다같은 끝없는 세상

 

그렇게 쉽게 가라앉고 있다보면

얼마나 쉬운가 라고 생각한다

잠드는 것이

죽은 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

단지 모든 미련과 생존욕을 덜어내는 것이

 

심장을 텅비워가는 정리란 얼마나 쉬운지

등에 짊어진 불꽃이 다 타버리고나면

옷마저 태워져 재로 돌아가버리고 나면

 

다정한 밤이 지나고 나면

어둠에 숨죽여 몸을 둥글게 만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달빛도 숨은 삭의 날이 지나고 나면

 

초승달이 무심히 내려보는 밤이 오면

달빛에 추한자의 몸이 남김없이 드러난다면

 

곱은 발가락 둥글게 휜 허리 갈비뼈와 푸석하고 떡진 머리카락과

하염없이 흘려낸 후회가 바닥을 적신 그 자리를

 

무심한 달빛이 드리우고 나면 만천하에 드러나고 나면

추한 자야 일어나 마주할테냐

무대의 조명이 흥미를 잃고 거두어지길 기다리며 잠들테냐

 

모든 것을 놓고 자괴감으로 스스로 그 길고 앙상한 끔찍한 죄악의 손을 들어 목을 조를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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