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라는 바다에 자신을 적시고

짠 소금기에 입술이 말라가는 것을 느끼며

귀와 눈과 입 온갖 몸에 난 구멍들로 따가운 소금기와 냉기가 침투해오는 것을 느끼며

 

평온하게 익사해가는 것은 이토록 쉽다

 

생명을 가라앉히고 눈을 감고 모든 것을 외면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익사한 뒤의 세계를 상상해보곤 한다

 

덮인 눈꺼풀 위로 그려지는 세계는 참 아름답다

변하는 것도 없이

오점도 닦혀 반짝반짝 빛나는 세계

추악하고 뒤틀린 나라는 것이 없어진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이 부셔서 멀어버릴 듯한 어지러움이 든다

 

그러고 눈을 뜨면

내가 흘린 우울이라는 감정이 

끝을 헤아릴 수 없이 빚어낸 바다의 한 중간에서 눈을 뜬다

 

뗏목도 부표도 섬도 아무것도 없다

그저 나와 바다만 존재하는

검고 차가운 겨울의 밤바다같은 끝없는 세상

 

그렇게 쉽게 가라앉고 있다보면

얼마나 쉬운가 라고 생각한다

잠드는 것이

죽은 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

단지 모든 미련과 생존욕을 덜어내는 것이

 

심장을 텅비워가는 정리란 얼마나 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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