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짊어진 불꽃이 다 타버리고나면
옷마저 태워져 재로 돌아가버리고 나면
다정한 밤이 지나고 나면
어둠에 숨죽여 몸을 둥글게 만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달빛도 숨은 삭의 날이 지나고 나면
초승달이 무심히 내려보는 밤이 오면
달빛에 추한자의 몸이 남김없이 드러난다면
곱은 발가락 둥글게 휜 허리 갈비뼈와 푸석하고 떡진 머리카락과
하염없이 흘려낸 후회가 바닥을 적신 그 자리를
무심한 달빛이 드리우고 나면 만천하에 드러나고 나면
추한 자야 일어나 마주할테냐
무대의 조명이 흥미를 잃고 거두어지길 기다리며 잠들테냐
모든 것을 놓고 자괴감으로 스스로 그 길고 앙상한 끔찍한 죄악의 손을 들어 목을 조를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