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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도 전, 숨결과 영혼, 바람과 시간, 빛과 온도마저 태어나지 않았던 태초의 씨앗에서

용은 태어났다.

하나의 용이 태어날 때 마다 생명이, 빛이, 불이, 물이, 세상의 모든것들이 태어났다.

그중에 가장 먼저 피어난 것.

첫째의 용. 시간의 용.

 

 

 

 

뭐 대충 예전에 쓰려던 소설인데.. 고로고아 ost랑 분위기가 맞네

ts물 소설 쓰려고 했음

 

시간의 용이자 영원의 용 에테르넬은 영원에 지루해했고. 초대황제는 재능있는 사람들을 모아 진귀한 것을 보였다.

그 유희가 마음에 든 용이 평화를 하사하여 건국된 나라

 

남작가의 아들. 

 

 

아래는 썼던건데..

 

 

 


고룡 에테르넬이 있었다.
가장 오래된 용, 가장 현명한 용.


하늘과 땅을 벗 삼아 살아온 고룡은 인간의 짧고 강렬한 삶을 궁금해했다. 


고룡이 날개를 펼쳐 인간의 왕국으로 내려온 날, 
에테르넬의 첫 번째 황제가 고룡을 만난 날, 
황제는 고룡에게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주리라 약속했고
고룡은 황제에게 인간을 넘어선 지혜를 답례로 주리라 약속했다.


가장 능력 있는 자, 가장 유쾌한 자, 가장 흥미로운 삶을 산 자. 
황제는 모든 강렬함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고룡에게 보여주었고,
고룡은 답례로 지혜를 빌려주었다.


빌린 지혜로 황제는 땅을 얻었고, 명예를 얻었고, 권력을 얻었다.
이를 기념하며 황제는 고룡 에테르넬의 이름을 빌려 제국의 이름을 지었고, 용을 위한 성을 지었다.


용을 위한 성에는 끊임없이 강렬함을 품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용은 답례로 지혜를 아낌없이 쏟아내었다.


그것이 가장 강력한 제국 에테르넬의 시작이며,
수도 시렌치움의 시작이다.





"좋겠네"

작열하는 태양빛이 뇌까지 녹여버렸는지 그럴 생각도 없었는데 비야냥거리는 말이 튀어나갔다. 뭐가. 턱 밑에서 치솟아오르는 열기 때문일까. 로웰의 목소리는 연병장 반대쪽에서 말하는 것 처럼 아득했다. 나는 저 멀리 대로에 서 있는 몇 명의 여자들을 턱으로 가리키며 답했다. "저기 가만히 서 계신 아가씨들 말야."

오브. 그런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까보다는 조금 뚜렷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퉁명스럽게 답했다. "사실이잖아. 우리는 이렇게 땀에 쩔은 훈련복을 입고 땡볕에서 구를 때 저 아가씨들은 구경이나 하면서 그늘에서 서있잖냐. 애초에 왜 륀 기사단이 내성 담당인건데."

로웰의 눈썹이 곤란하다는 듯 일그러졌다. 로웰 브리이에 드 헤이샤. 아버지가 유서깊은 가문의 백작이면 그만한 가정교육을 받는걸까. 그는 꼭 자잘한 것에도 예절을 지켜야 한다며 나를 나무라곤 했다. 그닥 신경써본 적은 없지만. 그의 우려와 곤란함을 담은 얼굴을 심드렁하게 바라보다가, 나는 멀리서 걸어오고있는 단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짧은 휴식시간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무더운 날에 연무장을 오십바퀴나 뛴 덕에, 근육 하나 하나에 돌을 올려놓은 것 마냥 몸이 굳어있었다. 그래도 더이상 널부러져 있다간 단장에게 한소리를 듣을테였다.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로웰이 팔을 툭 쳤다. "저기 봐." 나는 로웰이 턱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연무장 옆의 대로에서 내가 소위 '아가씨들'이라 부르는, 륀 기사단 중 한명이 이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뱉은 말이 있어, 혹시나 목소리가 들렸을까 싶었으나 거리가 거리인지라.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기까지 들렸겠어? 연무장 반대편보다 먼데. 괜한 걱정이다. 로웰." 로웰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뒤로 하고 나는 단장이 윽박지르기 전에 몸을 일으켰다.

"모두 충분히 쉬었나."

단장은 오늘따라 딱딱한 목소리로 휴식시간의 종료를 알렸다. 그래도 다들 미리 일어나 있던 터라, 단장은 지친 흔적이 남아있는 기사들을 보며 한쪽 눈썹을 올리는 것 외의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단장은 잠시간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다가, 평소보다 좀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검술훈련을 할 것을 지시했다.

모두가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 검을 꺼내 쥐었다. 나는 바로 옆, 완벽한 자세의 로웰이 든 진검을 한번 바라보았다가, 다시 정면을 향했다. 동갑에, 같은 견습기사였지만, 나의 손에는 아직도 목검이 들려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직 기사로써 지녀야 할, 오러 수준의 단계조차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깊게 숨을 들이켰다. 메마른 연병장 흙의 냄새. 어지러울정도로 후끈거리는 땅의 열기. 반들반들할 정도로 표면이 닳은 목검을 꽉 쥐었다.

하나!

단장의 호령에 일사불란하게 몇 십개의 검이 하늘로 향했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다. 이후 오러 연습은 평소처럼 자유훈련 하도록. 그리고 오브는 날 따라와라."

덧붙여진 말에 나는 의아해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력이 한계까지 짜인터라, 순간 휘청인 몸을추슬러 먼저 등을 돌리고 걸어가는 단장의 뒤를 따랐다.

단장은 망설임없이 단장실로 향했다. 입단한 이후로 한번도 발을 들인적 없는 곳이기에, 긴장으로 떨리려 하는 손을 꽉 주먹쥐었다. 단장실의 문이 열리고, 단장은 자신의 의자에 앉아 탁상 맞은편의 의자를 권했다. 나는 긴장한 티를 내지 않으려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단장은 선이 굵고 강인한 얼굴에 맞지 않게, 어딘가 복잡한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침묵에 잠겨있던 그는, 특유의 고저없는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로웰을 정식 기사단원으로써 인정하는 입단식이 있을 예정이다." 나는 묵묵히 단장의 눈을 마주보았다. 열등감이 뱃속을 쿡쿡 찌르는 기분이었지만, 누가보더라도 로웰은 인정할만한 놈이었다. 질투가 의미없다는 것을 깨달은건 아주 오래전이었다. 단장은 잠시 입을 닫았다가, 말을 이었다. "오러 연습은 어떻게 되어가지. 오브."

나는 오른손을 탁상위에 올려놓았다. 눈을 감고, 몸 안에 가닥 가닥 흩어진 희미한 마력을 어거지로 손바닥에 모아 올렸다. 눈을 뜨자 작은 빛이 손바닥에 일렁이는 것이 보였으나, 곧 피식. 하고, 바람빠지는 듯한 허무한 소리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단장은 그 모든 수치스럽고 우스운 장면을 단 한번의 실소조차 없이 가만히 응시하다가,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단장의 회색 눈은 짙게 가라앉아 있었고, 나는 창피함과 절망감으로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단장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오브. 네가 오러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보다 훌륭한 기사임을 모두가 알고있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솔레이 기사단은 오러 사용자만을 기사로써 인정하지.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정식 기사단이 될 날은 없다고 봐도 된다."

순간 치솟아오르는 억울함과 열등감에, 손끝이 저절로 말려들어갔다. 하. 하고 폐에 남아있던 얕은 숨결이 흘러나갔다. 더욱 감정을 요동치게 만든 것은, 그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이미 알고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잠시간의 정적 후에, 머리 위에서 단장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하지만, 나는 너도 함께 입단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가 입단식이 있을 한달뒤에, 오러를 정말 조금이라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이끌어낸다면 너도 인정해 달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말에, 나는 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단장의 회색 눈은, 어딘가 복잡한 심정을 담은 채 가라앉아 있었다.

"네 아버지처럼 되고싶다는 마음으로 네가 이렇게까지 하고 있다는걸 나도 알고 있다. 한달이 짧은 시간이 아니니 네가 답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

나는 놀라 되물었다. "저희 아버지를 아십니까?"

단장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탁상위에 올려놓았던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큰 인연은 아니지만. 정식 단원이 된 후에 찾아온다면 들려줄테니 이만 가서 오러 연습을 시작해. 한 달 간은 정규 단련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단, 검술이 녹슬지 않도록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단장은 이만 나가보라는 듯 가볍게 손짓을 했다. 나는 서둘러 의자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로렌스 단장님." 단장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나를 지나쳐 단장실을 나갔다.

곧 정적만이 내려앉았다. 나는 그 자리에 선 채 가만히 손을 내려다 보았다. 몇 년을 거듭해 검을 쥐어와 굳은살이 가득 박힌 투박한 손. 천천히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슬슬 정말 포기해야만 하는건가. 하는 의문이 하루에도 수십번 씩 들었던 참이었다. 아주 천천히, 심장박동을 따라 조금씩, 온 몸으로 따뜻한 희망의 기운이 퍼졌다. 드디어.

창 밖에서 지저귀는 이름모를 새소리가 이어지려던 상념을 끊었다. 나는 그제야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단장과 부단장에게만 허용된 단장실에 멀뚱멀뚱 서 있었음을 깨달았다. 서둘러 문을 열고 나오자 복도의 끝, 기사단 건물의 입구에 로웰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로웰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소 서두르는 걸음으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오브. 뭐가 잘못된 건 아니지?" 평소의 진중하고 차분한 얼굴이 아닌, 어딘가 걱정스럽게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건 아냐. 일단 식당에 가면서 얘기하자. 배고프다." 나의 말에 로웰은 바로 걱정을 거두곤, 내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기사단 건물에서 걸어나갔다.

"그래서, 정말 무슨 일이었는데?" 로웰의 말에 나는 작게 미소지었다. "하나는 네가 정식 기사단원이 될 거라는 것. 다른 하나는 내가 네 입단식까지 오러를 다룰 수 있게 된다면 나도 함께 정식 단원이 된다는 거."

로웰은 발을 멈췄다. 자연스럽게 나도 따라 멈추곤, 로웰을 바라보았다. 그의 고귀한 하늘색 눈동자가 기쁨으로 밝게 빛났다. 로웰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입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수만가지 축하의 말을 간신히 억누른 듯한 표정으로, 겨우 한마디를 뱉었다. "정말, 정말 축하해." 나는 따로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음으로 돌려주었다.

아직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식당에는 로웰과 나 이외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대충 비어있는 수많은 자리 중 하나를 잡아 앉자, 로웰은 맞은편에 따라 앉았다. 다행히 그래도 요리가 준비는 되어있었는지, 요리사 중 하나가 나와 식사를 할 것이냐 물었다. 로웰과 나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또래로 보이는 요리사는 이른시간이니 특별히 직접 가져다 주겠다며 돌아갔다. 로웰은 그에게 감사하다 인사한 뒤,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제 좀 자세히 얘기해볼래?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단장님이 나도 정식 단원이 되게 해달라고 주장하셨다고 하더라. 게다가 내 아버지하고도 아는 사이시더라고. 전혀 몰랐는데." 로웰은 의아한 듯 되물었다.

"그래? 블쉬르 남작님이랑 단장님이 아는 사이신지는 몰랐네... 어쨌거나 정말 축하해."

"아직 축하하기는 이르지. 일단 오러단계까지는 가야 하니까.."

나조차 당황할정도로 씁쓸한 목소리에 로웰은 침묵했다. 그 사이에 주방으로 들어갔던 요리사가 접시 두개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언제나처럼 으깬 감자 가득, 고기 가득, 조금은 딱딱하고 질긴 빵까지 올려진 커다란 접시였다. 나는 약간 어색한 공기를 뚫고 숟가락과 포크를 집었다. 로웰도 굳어진 동작으로 식기를 집고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감자를 한 입 먹고 나서야, 얼마나 허기졌었는지를 깨달았다. 갑자기 찾아온 허기에 허겁지겁 음식을 입 안으로 밀어넣던 와중, 로웰의 말이 들렸다. "...오브. 내가 도와줄까?"

나는 입 안에 가득찬 것을 천천히 씹어 넘기곤 되물었다. "..뭐?" 로웰의 하늘색 눈은 동요없이 담담했다. "내가 도와줄게. 어릴 때부터 마력 다루는건 잘 했으니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로웰은 말 그대로 천재였다.

​"좋겠네"   



작열하는 태양빛이 뇌까지 녹여버렸는지 그럴 생각도 없었는데 비아냥거리는 말이 튀어나갔다.  

뭐가. 턱 밑에서 치솟아 오르는 열기 때문일까. 로웰의 목소리는 연병장 반대쪽에서 말하는 것처럼 아득했다.  

나는 저 멀리 대로에 서 있는 몇 명의 여자들을 턱으로 가리키며 답했다.  
"저기 가만히 서 계신 아가씨들 말이야."   



오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까보다는 조금 뚜렷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퉁명스럽게 답했다.  
"사실이잖아. 우리는 이렇게 땀에 전 훈련복을 입고 땡볕에서 구를 때 저 아가씨들은 구경이나 하면서 그늘에서 서있잖냐. 애초에 왜 륀 기사단이 내성 담당인 건데."   



로웰의 눈썹이 곤란하다는 듯 일그러졌다. 로웰 브리이에 드 헤이샤. 아버지가 유서 깊은 가문의 백작이면 그만한 가정교육을 받는 걸까. 그는 꼭 자잘한 것에도 예절을 지켜야 한다며 나를 나무라곤 했다. 그다지 신경 써본 적은 없지만.  

그의 우려와 곤란함을 담은 얼굴을 심드렁하게 바라보다가, 나는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단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짧은 휴식시간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무더운 날에 연무장을 오십 바퀴나 뛴 덕에, 근육 하나하나에 돌을 올려놓은 것 마냥 몸이 굳어있었다. 그래도 더 이상 널브러져 있다간 단장에게 한소리를 듣을 테였다.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로웰이 팔을 툭 쳤다.  
"저기 봐."  

나는 로웰이 턱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연무장 옆의 대로에서 내가 소위 '아가씨들'이라 부르는, 륀 기사단 중 한 명이 이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뱉은 말이 있어, 혹시나 목소리가 들렸을까 싶었으나 거리가 거리인지라.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기까지 들렸겠어? 연무장 반대편보다 먼 데. 괜한 걱정이다. 로웰."  

로웰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뒤로하고 나는 단장이 윽박지르기 전에 몸을 일으켰다.   




"모두 충분히 쉬었나."  


단장은 오늘따라 딱딱한 목소리로 휴식시간의 종료를 알렸다. 그래도 다들 미리 일어나 있던 터라, 단장은 지친 흔적이 남아있는 기사들을 보며 한쪽 눈썹을 올리는 것 외의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단장은 잠시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다가, 평소보다 좀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검술 훈련을 할 것을 지시했다.  



모두가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 검을 꺼내 쥐었다. 나는 바로 옆, 완벽한 자세의 로웰이 든 진검을 한번 바라보았다가, 다시 정면을 향했다.  

동갑에, 같은 견습기사였지만, 나의 손에는 아직도 목검이 들려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직 기사로써 지녀야 할, 오러 수준의 단계조차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깊게 숨을 들이켰다.  

메마른 연병장 흙의 냄새. 어지러울 정도로 후끈거리는 땅의 열기. 반들반들할 정도로 표면이 닳은 목검을 꽉 쥐었다.   



하나!  
단장의 호령에 일사불란하게 몇 십 개의 검이 하늘로 향했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다. 이후 오러 연습은 평소처럼 자유훈련하도록. 그리고 오브는 날 따라와라."  



덧붙여진 말에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력이 한계까지 짜인 터라, 순간 휘청인 몸을 추슬러 먼저 등을 돌리고 걸어가는 단장의 뒤를 따랐다.   


단장은 망설임 없이 단장 실로 향했다. 입단한 이후로 한 번도 발을 들인 적 없는 곳이기에, 긴장으로 떨리려 하는 손을 꽉 주먹 쥐었다. 단장실의 문이 열리고, 단장은 자신의 의자에 앉아 탁상 맞은편의 의자를 권했다. 나는 긴장한 티를 내지 않으려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단장은 선이 굵고 강인한 얼굴에 맞지 않게, 어딘가 복잡한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침묵에 잠겨있던 그는, 특유의 고저 없는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로웰을 정식 기사단원으로써 인정하는 입단식이 있을 예정이다."  


나는 묵묵히 단장의 눈을 마주 보았다. 열등감이 뱃속을 쿡쿡 찌르는 기분이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로웰은 인정할만한 놈이었다. 질투가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건 아주 오래전이었다.  

단장은 잠시 입을 닫았다가, 말을 이었다.  
"오러 연습은 어떻게 되어가지. 오브."  



나는 오른손을 탁상 위에 올려놓았다. 눈을 감고, 몸 안에 가닥 가닥 흩어진 희미한 마력을 억지로 손바닥에 모아 올렸다. 눈을 뜨자 작은 빛이 손바닥에 일렁이는 것이 보였으나, 곧 피식. 하고, 바람 빠지는 듯한 허무한 소리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단장은 그 모든 수치스럽고 우스운 장면을 단 한 번의 실소조차 없이 가만히 응시하다가,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단장의 회색 눈은 짙게 가라앉아 있었고, 나는 창피함과 절망감으로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단장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 오브. 네가 오러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보다 훌륭한 기사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솔레이 기사단은 오러 사용자만을 기사로써 인정하지.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정식 기사단이 될 날은 없다고 봐도 된다."  




순간 치솟아 오르는 억울함과 열등감에, 손끝이 저절로 말려들어갔다. 하. 하고 폐에 남아있던 얕은 숨결이 흘러나갔다. 더욱 감정을 요동치게 만든 것은, 그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잠시간의 정적 후에, 머리 위에서 단장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하지만, 나는 너도 함께 입단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가 로웰의 입단식이 있을 한 달 뒤에, 오러를 정말 조금이라도 이끌어낸다면 너도 인정해 달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말에, 나는 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단장의 회색 눈은, 어딘가 복잡한 심정을 담은 채 가라앉아 있었다.   

"네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네가 이렇게까지 하고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한 달이 짧은 시간이 아니니 네가 답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  

나는 놀라 되물었다. "저희 아버지를 아십니까?"   
단장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탁상 위에 올려놓았던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큰 인연은 아니지만. 정식 단원이 된 후에 찾아온다면 들려줄 테니 이만 가서 오러 연습을 시작해. 한 달간은 정규 단련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단, 검술이 녹슬지 않도록 스스로 관리하도록."  



단장은 이만 나가보라는 듯 가볍게 손짓을 했다. 나는 서둘러 의자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로렌스 단장님."  

단장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나를 지나쳐 단장실을 나갔다.   




곧 정적만이 내려앉았다. 나는 그 자리에 선 채 가만히 손을 내려다보았다. 몇 년을 거듭해 검을 쥐어와 굳은살이 가득 박힌 투박한 손. 천천히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슬슬 정말 포기해야만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었던 참이었다. 아주 천천히, 심장박동을 따라 조금씩, 온몸으로 따뜻한 희망의 기운이 퍼졌다. 드디어.  




창밖에서 지저귀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이어지려던 상념을 끊었다. 나는 그제야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단장과 부단장에게만 허용된 단장실에 멀뚱멀뚱 서 있었음을 깨달았다.  

서둘러 문을 열고 나오자 복도의 끝, 기사단 건물의 입구에 로웰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로웰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소 서두르는 걸음으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오브. 뭐가 잘못된 건 아니지?"  

평소의 진중하고 차분한 얼굴이 아닌, 어딘가 걱정스럽게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 건 아냐. 일단 식당에 가면서 얘기하자. 배고프다."  

나의 말에 로웰은 바로 걱정을 거두곤, 내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기사단 건물에서 걸어나갔다.  





"그래서, 정말 무슨 일이었는데?"  
로웰의 말에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하나는 네가 정식 기사단원이 될 거라는 것. 다른 하나는 내가 네 입단식까지 오러를 조금이라도 다룰 수 있게 된다면 나도 함께 정식 단원이 된다는 거."   



로웰은 발을 멈췄다. 자연스럽게 나도 따라 멈추곤, 로웰을 바라보았다. 그의 고귀한 하늘색 눈동자가 기쁨으로 밝게 빛났다. 

로웰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수만 가지 축하의 말을 간신히 억누른 듯한 표정으로, 겨우 한마디를 뱉었다.  

"정말, 정말 축하해." 나는 따로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음으로 돌려주었다.  





아직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식당에는 로웰과 나 이외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대충 비어있는 수많은 자리 중 하나를 잡아 앉자, 로웰은 맞은편에 따라 앉았다. 

다행히 그래도 요리가 준비는 되어있었는지, 요리사 중 하나가 나와 식사를 할 것이냐 물었다. 로웰과 나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또래로 보이는 요리사는 이른 시간이니 특별히 직접 가져다주겠다며 돌아갔다. 로웰은 그에게 감사하다 인사한 뒤,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제 좀 자세히 얘기해볼래?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단장님이 나도 정식 단원이 되게 해달라고 주장하셨다고 하더라. 게다가 내 아버지하고도 아는 사이시더라고. 전혀 몰랐는데."  



로웰은 의아한 듯 되물었다.  


"그래? 블쉬르 남작님이랑 단장님이 아는 사이 신지는 몰랐네... 어쨌거나 정말 축하해." 
   
"아직 축하하기는 이르지. 일단 오러 단계는 아니어도 오러를 보일 수 있는 수준까지는 가야 하니까.."   



나조차 당황할 정도로 씁쓸한 목소리에 로웰은 침묵했다. 그 사이에 주방으로 들어갔던 요리사가 접시 두 개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언제나처럼 으깬 감자 가득, 고기 가득, 조금은 딱딱하고 질긴 빵까지 올려진 커다란 접시였다. 나는 약간 어색한 공기를 뚫고 숟가락과 포크를 집었다. 로웰도 굳어진 동작으로 식기를 집고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감자를 한 입 먹고 나서야, 얼마나 허기졌었는지를 깨달았다. 허겁지겁 음식을 입안으로 밀어 넣던 와중, 로웰의 말이 들렸다.  


"... 오브. 내가 도와줄까?"   

나는 입안에 가득 찬 것을 천천히 씹어 넘기곤 되물었다. ".. 어?"  

로웰의 하늘색 눈은 동요 없이 담담했다.  
"내가 도와줄게. 어릴 때부터 마력 다루는 건 잘 했으니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로웰은 문자 그대로 천재였다. 타고난 마력량부터가 달랐고, 마법도 곧잘 쓸 수 있는 데다 검술까지 완벽했다. 로웰이라면 그 힘들다는 마검사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다.  


만약, 로웰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걸 조금이라도 늦게 알았다면, 열등감에 북받쳐 기분 상하는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로웰은 친구라면 당연하다는 듯, 선의로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작은 불길을 오늘도 억지로 누르고, 나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너에게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부탁할게. 고마워."  

로웰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나는 다시 손에 쥔 식기를 움직였다.

 

 

 

 

이른 저녁식사가 끝난 후, 식당을 나오며 로웰은 약속이 있다며 먼저 가보겠다 자리를 떠났다. 노을을 머금고 주홍빛으로 물들은 백금발이 저 멀리 사라진 후에야,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후.

슬슬 저녁 시간대라서인지, 식당 입구에도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빨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느릿하게 숙사로 발을 옮겼다. 

솔레이 기사단의 연병장과 식당은 외성에, 숙사는 내성에 있었다. 전시에 활용하기 위해서겠지만, 이렇게 평화로운 시대에서 숙사로 가는 길이 먼 것은 번거롭기 그지없을 뿐이었다. 


내성으로 가는 대로는 텅텅 비어있었다. 솔레이 기사단은 지금 대부분 식사 중이거나 외성의 보초를 서는 중일 테고, 그 외에 이 길을 오갈 사람은 딱히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저녁이라 선지, 한여름인데도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훈련의 결과로 땀에 절었던 옷가지에서 버석거리는 소금기가 느껴졌다. 가자마자 씻어야 할 것 같았다. 

멍하게 잘 닦인 길을 걸어가다가, 문득 발끝에 걸리는 느낌이 났다. 돌에라도 걸렸나 싶어 아래를 바라보자, 저물어가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몸을 숙여 집어올리자, 차가운 보석의 느낌이 났다.

뒤를 돌아 햇빛에 비춰보았다. 가공하지 않은 원석을 그대로 줄에 꿴 것 같은 목걸이였다. 디자인이라고 할 것도 없이, 날 것 그대로인 목걸이라 뭐라 평가할 수조차 없었지만, 적어도 걸려진 보석은 꽤 고가의 것으로 보였다. 

은은하게 분홍빛이 감도는 붉은색 원석은 깨진듯한 단면임에도 불구하고 자체로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게다가 내 손은 남자 중에서도 큰 편인데도, 손바닥을 가득 메우는 크기인 것을 보면 디자인을 떠나 고가의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목걸이를 손에 쥔 채, 주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대로는 한산했고, 무언가를 떨어뜨린 듯 당황하는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잠시간 고민하다, 그대로 목걸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묵직한 감각이 바지춤을 채웠다. 

내일 해가 밝으면 로웰에게 도움을 구할 생각이었다. 나는 로웰을 제외하면 인맥이라 부를만한 것이 없었지만, 로웰은 성 안의 몇 안 되는 시녀들부터, 심지어 륀 기사단까지도 인맥이 닿아 있었으니 그에게 물어보면 틀림없이 도움이 될 테였다.

결국은 로웰이었다. 오러든 목걸이든. 나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걸음을 옮겼다. 사람의 인생은 태어난 순간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배웠지만, 수도에 오자마자 다 거짓말임을 알았다. 대체 어떻게 로웰 같은 사람과 내가 딱 한순간이라도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단 말인가.




입안에 머금어진 쓴맛을 억지로 침과 함께 삼키며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샌가 내성의 입구에 도착했다. 

어느 때처럼, 륀 기사단 두 명이 보초를 서고 있을 줄 알았으나, 오늘은 한 명이었다. 나는 의아함에 슬쩍 시선을 빈자리로 향했다. 륀 기사단 중에서도 가장 어려 보이는 그녀는 겉보기처럼 막내인 건지, 항상 저녁과 밤 시간의 근무를 맡곤 했다. 

지나가다 간간이 인사하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기에, 평소 같으면 지나칠 일이었음에도 나는 어쩐지 미련이 남아 빈자리를 시선으로 훑었다. 마음 같아서는 옆 기사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륀 기사단 특유의 저 서늘하고 감정 없는 표정이 꺼림칙하게 느껴져 그만두었다. 


잠시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숙사는 가까운 곳이기에 얼마 걸을 필요도 없었다. 방 안에서 오러를 연습하는 몇몇 기사들 덕에 복도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다. 계단에는 조명 마석이 없었지만 복도에서 나온 희미한 빛에 의존하며 발을 내디뎠다. 

나와 로웰만 사용하는 4층에 올라오자 완전한 어둠이었다. 로웰은 약속 때문에 아직 오지 않은 듯했다. 벽을 더듬어 마석을 찾았다. 손에 단단한 보석이 닿자 눈을 감고 희미한 마력을 억지로 모아 손바닥에 올리자 드디어 복도에 불이 들어왔다. 로웰이라면 1층에서도 마력으로 건물 전체의 불을 켤 수 있었을 테다. 하지만 나는 로웰이 아니었다.

문을 열고 방에 들어서자 아침에 팽개쳐두고 나온 그대로 이불이 침대를 벗어나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대충 집어 침대 위에 올려둔 뒤, 목검을 벽에 기대어 두었다. 욕실의 마석을 손으로 짚자 조명이 켜졌다. 다행히 실내는 저장된 마력을 사용하는 장치들이라 손을 대기만 해도 되었다.

하루 종일 있었던 많은 일들을 생각하고 정리하기에는 가벼운 샤워 대신 목욕이 좋을 것 같아 욕조의 온수 마석을 가동하고, 옷을 벗었다.

땀이 말라붙다 못해 하얗게 소금기가 말라붙은 훈련복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상의를 벗은 후, 주머니에 넣었던 목걸이를 꺼내 세면대에 올려놓았다. 마저 옷을 벗으려던 찰나, 이상한 기분에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원래 이런 색이었나."

내부에서 분홍빛이 퍼지는 듯한 붉은색이었던 원석은 단순한 붉은빛만 나고 있었다. 의아했지만, 곧 그 빛은 석양을 받아 굴절되며 생긴 것이었으리라 여기며 마저 바지를 벗었다. 



대충 옆의 세탁 장치에 훈련복을 집어넣자 마침 온수가 욕조를 거의 다 채운 참이었다. 바가지를 들어 욕조 안의 물을 떠 내 두어 번 몸에 끼얹었다. 어느 정도 찝찝한 땀이 씻겨 난 듯하자 욕조에 몸을 담갔다.


기사단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은 이것이었다. 에테르넬의 은혜라 불리는 이 마법의 혜택들은 시렌치움에서는 누구나 누릴 수 있었고, 기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블쉬르에선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려면 많은 장작을 사용해야 했기에 제대로 된 목욕을 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느긋하게 자세를 바꿔, 턱 끝까지 물이 오도록 하자 뜨거운 김이 얼굴을 뜨겁게 달궜다. 이 느낌이 좋아 한여름에도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곤 했다.

수도관에서 물방울 하나가 천천히 떨어져 수면에 파동을 일으켰다.



오러.. 
나는 눈을 감았다. 오러라.

작게 내뱉은 목소리가 욕실 벽에 부딪쳐 웅웅 울렸다.

선천적으로 마력이 적다는 사람도 나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어떤 사람도 나처럼 실생활에 지장이 있을 수준으로 마력이 적지는 않았다. 이걸 마력이라 불러도 좋을까. 싶은 수준의 으깨진 가닥들. 

차라리 오러 유저일 필요는 없는 기사단에 들어갔다면 이게 문제가 될 일은 없었겠지만, 어린 날의 나는 지나치게 순진했다. 

노력이면, 모든 게 다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내 앞에는 눈부신 날만 기다릴 것 같았고, 모든 영웅담의 주인공이 나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기사단이라는 솔레이 기사단에 입단했지만, 막상 들어온 지 4년째인 나는 그대로인 반면 로웰은 단 1년 만에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애써 제정신을 유지하고 버텨온 스스로가 대견할 정도였다. 쓴웃음을 지은 채, 단조로운 무늬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4년 만에 찾아온 기회.
21살은 많은 나이는 아니었으나, 견습기사로 4년을 지낸 것치고는 많은 나이였다. 
눈을 감았다. 몸을 감싸는 따뜻한 온수에 잠겨든 채 천천히 몸 안의 마력의 조각을 훑었다. 
으깨지다 못해 뭉개졌다고 해도 좋을 조각들이었지만, 억지로 끌어모아 몸 안에서 순환시켰다. 

언제나처럼 심장께에는 마력이 다가가자마자 굳게 막혀있는 느낌이 났다. 바위처럼 단단한 그 부분은, 한 번도 뚫어본 적이 없었다. 당연하게도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한숨을 내쉬곤 몸을 앞으로 움직여 머리끝까지 물 안에 집어넣었다. 




거품까지 내어 훈련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개운하게 씻어낸 뒤, 수건을 목에 걸치고 나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물이 젖어 짙어진 색깔의 머리카락을 대충 수건으로 털었다. 보기만 해도 텁텁한 적색 빛 도는 갈색 머리카락. 부스스하기까지 해 짧게 유지하지 않으면 어쩔 땐 동물의 털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기를 얼추 털어내고 베개에 머리를 댔다. 자동으로 조명이 꺼졌다. 자려는 줄 알았나 보다. 딱히 더 깨어있고 싶지도 않아, 그대로 눈을 감았다.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 기회를 날려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처음에 든 기쁨이 좀 가라앉고 나자 밀려오는 것은 불안감이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파편이라고 하기도 힘든 이 쪼가리 마력으로 오러의 형태라도 만들 수는 있을까. 뱃속이 울렁거렸다. 곧 역류라도 할 듯 뱃속이 따끔거렸다.


우울감에 익사하기 직전, 옆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로웰이 돌아온 듯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약속이 끝난 듯했다. 

당장 다음날부터 로웰이 오러 훈련을 도와줄 것이라 생각하니 속이 아렸다. 백작의 둘째 아들에, 영지까지 나눠 받은 자작이면서 고작 영지도 없는 남작의 아들과 친하게 지내줄뿐더러, 말까지 놓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좋은 녀석이라는 것을 알아서 더 속이 아팠다. 

열등감과 함께 악감정이 치솟을 때마다, 그 상대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설 정도로 좋은 사람이라는 게 날 자괴감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로웰을 볼 때마다 나는 상반된 감정들에 시달려야만 했다. 차라리 남인 게 좋았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넘어설 수도 없는 사람이라면. 


복잡한 마음을 애써 털어내려 두어 번 고개를 젓곤 다시 베개에 머리를 댔다. 잠들고 나면 오늘의 버거움도 잊히겠지. 억지로 눈을 감았다. 지친 몸이 순식간에 의식을 나락으로 잡아당겼다.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그 소리를 인식하자마자 순식간에 모든 감각이 되살아났다. 멍하게 눈을 깜빡였다. 어느새 나는 일어나 앉아있는 자세였다. 흐암. 입이 찢어질 정도로 하품을 한 뒤에, 천천히 일어났다.

아침 훈련에는 아직 늦지 않은 시간일 테였다. 세수도 귀찮아, 머리나 대충 손으로 슥슥 쓸었다. 자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째 손가락 사이에 들어오는 머리카락이 좀 긴 느낌이었다. 곧 다듬어야겠다 생각하며 욕실로 걸어갔다. 

욕실의 문을 열고 어두운 욕실 안을 대충 손으로 짚어가며 세탁 장치를 찾았다. 어제 던져놓았던 훈련복은 약간 축축했다. 그리고 세면대에 올려둔 목걸이도 같이 집어올려 방 안으로 돌아온 뒤, 건조대에 대충 세탁된 옷을 던져놓았다. 

여벌의 훈련복을 입고, 주머니에 목걸이를 집어넣은 나는 방을 나섰다. 나오자마자 로웰의 방문이 열렸다. 로웰은 언제나처럼 세수까지 깔끔히 한 모습이었다. 

"안녕." 
"좋은 아침."
로웰의 인사에 나는 대충 손을 들어 경례하듯 답하며 방 문을 닫았다.


로웰과 발을 맞춰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숙사의 문이 열리는 끼익거리는 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왔다. 1층에 도착해 문을 나가자마자, 로웰과 나는 익숙한 사람을 마주하고 멈췄다.

"로렌스 단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기사단 건물 내에 거처가 있는 단장이 이렇게 아침부터 숙사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의아한 얼굴의 나와 달리, 단장은 여상스러운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오브, 앞으로 한 달간은 훈련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었지. 대신 로웰과 함께 오러 연습에 시간을 써라."

뜻밖의 말에 나는 당황해 되물었다. 
"로웰과 제가 함께 연습을 하기로 한 걸 어떻게 아십니까, 단장님?"

단장은 로웰을 잠시 바라보았다가 나를 향해 다시 시선을 옮겼다. 
"로웰이 어제 말했다. 그리고 입단식 전 자기도 훈련을 빼게 해달라고 요청하더군."

나는 로웰을 바라보았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단장을 바라보고 있어서, 나는 다시 단장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그건 로웰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는..."

"로웰이 결정한 일이다. 둘 다 추가적인 단련이 필요할 정도의 애송이는 아니니, 체력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관리하도록."

단장은 말을 마치고 나를 지나쳐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하는 기사들에게 다가갔다. 나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규칙을 엄격히 지키는 단장이 이렇게까지 유하게 대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굳어있는 나의 어깨에 로웰이 손을 올렸다.

멍하게 고개를 돌리자 로웰이 등을 툭툭 쳤다. 그러곤 로웰은 나를 지나쳐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따라오라는 듯한 동작이라, 나는 정신을 차리고 로웰의 뒤를 따랐다.




로웰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외성 한복판이었다. 꾸준히 이어지는 침묵이 거슬려, 나는 작게 헛기침을 했다. 로웰이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어제의 목걸이를 꺼냈다.

"어제 이걸 주웠는데, 혹시 본 적 있어? 너라면 알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로웰은 나에게서 목걸이를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흰 미간에 작은 주름이 잡혔다. 눈치를 보아하니 딱히 아는 것은 없는듯했다. 

"글쎄. 이런 보석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봤지만, 목걸이는..."

이런 가공도 안 된 원석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또 있다니. 나는 되물었다. 
"누군데?"

로웰은 다시 나에게 목걸이를 되돌려주며 말했다. 
"륀 기사단의 메르. 대화하다가 목에 주머니를 걸고 있길래 뭔지 물어봤더니 보여주던걸. 그 보석이랑 비슷한 것 같아."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륀 기사단은 하나같이 다 이상한 사람들 뿐인가? 표정도 없고, 알 수 없는 보석에.."

로웰이 금방이라도 또 나무랄 것 같이 입을 열자, 나는 서둘러 목걸이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건 륀 기사단 소속인 사람 물건일 수도 있겠네. 나중에 물어볼게. 일단 가자. 그나저나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건데?"

로웰은 불만인듯한 표정으로 나를 잠시 바라보았다가, 말을 이었다. 

"마탑."


"마탑? 거기는 왜?" 내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대답하자, 로웰은 다시 걷기 시작하며 답했다. 

"네 마력에 문제가 있다면, 마력의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로웰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대충 이런내용으로 가려고 했다

 

오브의 아버지와 기사단장은 용을 죽였다. 폭주해서 사람들을 습격했기 때문이라는 명목이었으나

실상은 에테르넬의 황제가 용의 심장을 탐냈기 때문. 영원한 삶을 얻고자하는 욕구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원의 용인 에테르넬의 심장이 아니어서 효과는 없었다. 질병의 용의 심장은 황제를 오히려 죽음으로 몰고갔다.

황제는 다급해져 용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황제는 황궁의 중심부, 용이 잠든 거대한 둥지로 황제,황자와 외성을 지키는 솔레이 기사단, 황녀와 내상을 지키는 륀 기사단의 대부분 그리고 업적을 기록할 서기들과 문관들, 그리고 상위귀족, 황비와 황자들, 황녀를 이끌고 내려갔다.

에테르넬은 눈을 뜨지 않았고 고룡의 심장을 가르는 것은 충분히 쉬웠다. 

 

그리고 광기에 휩싸여 살을 헤집는 황제의 칼질에 이윽고 심장이 드러났다.

그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보석과 같았다. 서늘하고도 성스러운 빛에 탐욕적인 사람들의 눈도 일순간 경외로 돌변했으나

황제는 자신의 머리통보다도 훨씬 큰 그것을 먹으려 입을 벌렸고

 

인간의 입에 닿은 보석은 깨어졌다.

한밤의 보름달처럼 고요히 빛나던 심장은 핏빛으로 물들었고

그순간 둥지 안의 사람들은 모두 시간이 멈췄다. 

황제는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입을 벌린채, 

시녀들 그리고 온갖 관리들과 모든 사람들은 그 순간에 갇힌 것 처럼 멈췄다.

 

용의 심장을 건드린 댓가였다.

깨어진 심장파편은 기사단원들에게로 날아가 박혔다. 대부분이 륀 기사단이었다.

솔레이 기사단은 용을 죽인 죄책감에, 저주를 받은 것을 보았기 때문에 두려움으로 명령을 거부한 기사단장, 그리고 그를 따르는 단원들은 불복하여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온 것은 권력에 탐을 낸 부기사단장과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었으며

륀 기사단은 그러한 사정을 모르며 대부분 그저 하달된 명령에 따랐을 뿐이었으므로

용은 륀 기사단을 선택했다.

 

 

용의 의지는 심장파편을 통해 전해졌다.

앞으로 이 나라는, 나의 축복을 받은 그 모든 땅들은 나와 함께 봉인될 것이다.

그러나 무고한 이들에게는 자비를 베푸마. 그들은 1년마다 망각할 것이다. 자신들이 무한을 살아가는 것을 모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너희는 기억해야한다. 너희에겐 망각이란 자비를 베풀지 않으마.

너희는 이 나라의 무고한 이들이 무사히 살아갈 수 있도록 헌신해야한다. 

그것이 너희들에게 베푸는 자비이며, 벌이다. 너희는 굴레에서 속죄하게 될 것이다.

 

륀 기사단원들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우왕좌왕하며, 굳어버린 나라의 중심들을 바라보며 어찌할 바 몰라했다.

그들을 이끈 것은 륀기사단장과 황녀이나 세력이 약한 후궁의 태를 타고나고, 황제의 총애를 받지 못해 별궁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4황녀였다.

황녀에겐 보석이 깃들지 않았으나 그녀는 기사단장의 말을 듣고 총명한 머리로 이해했다. 그리고 나라를 이끌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이 의욕적이었던 것도 단 첫해뿐.

새해의 자정이 넘어가는 그 순간, 방금까지 이야기하던 시종은 자신이 왜 여기있는지를 의아해했고

어제까지 개선안을 토하던 지방관리는 이미 왕도에서 벗어나 영지로 돌아가있었다.

모든사람들은 1년을 기억하지 못했다. 심지어 4황녀마저도.

륀 기사단은 절망했다. 그러한 절망이 천년을 반복했다.

 

그들은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굴러가는 하루에 아무런 개입을 하고싶지 않아했다.

아무리 사랑을 키워도 아무리 열변을 토해도 단 1년이 지나면 기억하지 못할것을 알기에.

노화도, 질병도 없는 그저 억겁의 순환속에서 그들의 마음은 부러졌다.

 

언젠가부터였을까, 에테르넬을 벗어나는 국경을 심장없이 넘어가면 안식에 들 수 있다는 말이 돈 것은.

하나둘씩 심장 목걸이를 벗는 기사들이 늘어났다.

메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브는 질병의 용을 죽인 용병의 아들로 태어났다. 작은 영지를 하사받았으나 그는 

용의 저주로 마력을 다룰 수 없는 몸으로 태어났다. 애초에 수명조차 얄팍한 육신으로.

용의 마력이 마력관과 혈관을 모두 짓누르고 있으므로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알고있었다. 죽어가는 용이 저주에 대해 속삭였으므로. 그리하여 오브의 미들네임은 '희생'이 되었다.

 

오브는 아버지를 존경하여 기사가 되고자 했다.

솔레이 기사단에 검술시험을 합격해 들어갔으나 정작 마력을 다루지 못해 만년 연습기사로 머물렀다.

그런 그는 메르의 보석을 주웠다.

 

륀 기사단이 가진 심장 조각은 모두 제각기 다른 파편 모양이다. 

에테르넬은 세가지의 저주를 걸었다. 나라 전체에는 1년마다 육신과 기억이 반복되는 저주를, 둥지안의 사람들에겐 의식은 깨어있으나 영원의 저주를, 기사단에는 생명과 죽음의 권리를 주었으나 망각을 뺏는 저주를.

그중에서도 마지막 저주는 특별하여, 1년마다 육신은 재건되나 기억은 남겨두는 저주를 걸었다.

즉 그 보석에는 개개인의 육신의 정보가 담겨있으며, 매년 첫번째 날에 용의 마력이 그에따라 몸을 재건했다.

 

일반적인 사람이 메르의 목걸이를 주웠다면 아무일도 없었겠지만, 

오브는 몸의 대부분이 용의 마력으로 짓눌리고 뭉개질정도로 가득찬 상태임으로 

같은성질인 용의 마력과 반응해 보석은 마력을 쏟아냈다.

그렇게 오브는 메르의 몸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대신 몸에 흐르던 마력은 인간의 것이 아닌 용의 것으로 완전히 대체되어 흐르기 시작하고, 검기를 다룰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검기가 생겨남에 기뻐하던 오브는

점차 키가 작아지고, 말랑해지는 몸에 당황하기 시작하고 방에 틀어박혀가게된다.

 

로웰과 기사단장의 응원과 도움으로 점차 극복해가려하지만, 외관이 거의 여성스럽게 변하고, 머리를 잘라도 다음날이면 복구되는 현상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와중에 그를 주목하던 륀 기사단장이 그를 방문한다.

오브는 그녀를 따라 내궁으로 향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긴장한다.

따라간 내궁의 륀 기사단의 건물. 단장실에는 수많은 붉은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오브는 그녀에게 메르의 목걸이를 건네지만, 단장은 내부에서 아무런 파동과 마력이 느껴지지 않음을 깨닫고 오브를 바라본다.

그녀는 일단은 이유에대해 알아보려 오브를 곁에두려고 하고

그렇게 오브는 륀 기사단에 임시로 입단하게된다.

 

오브는 점차 이상함을 깨닫기 시작한다.

기억하던것보다 조용한 황궁, 아무도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는 성문, 보이지 않는 황제와 황자, 황녀들.

이따금 베일을 쓰고 돌아다니는 4황녀.

 

오브는 점차 진실을 추구하려하고, 몸은 나날로 변해간다.

이제 그녀라고 칭할 수준이 된 오브를 지지해주는 것은 로웰뿐이다.

대외적으로 존재하지 않게 된 오브를 솔레이기사단원들은 실망했다던지, 그럴줄 알았냐는둥 투덜대며 로웰은 그때마다 침묵한다.

 

륀 기사단장은 임무로 오브에게 국경을 살피고 오라는 지시를 내린다. 오브는 그를 받들고 정식기사가 된 로웰이 임무에 자원하여 함께 나서게 된다.

7박8일을 달려 도달한 국경을 덮은 거대한 안개

둘은 위화감을 느낀다.

기억속에 없는 풍경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그와중에 륀 기사단원 중 하나가 목걸이를 발치에 내려놓고 안개속으로 빨려가듯 걷는걸 본 그들은 그녀를 붙잡고,

싱그러운 청춘의 몸과 다르게 낡고 닳아버린 공허한 눈동자를 마주한다.

닳고 닳아버린 영혼을 마주하고 그들은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결국 잡을새도없이 안개속으로 흩어져버렸다.

 

진실을 깨닫고 오브는 왕도에 돌아온다.

기사단장의 부름에 답해 보고하고 그제서야 벽의 목걸이가 의미하는 바를 깨닫는다. 자신의 몸이 왜 그녀를 닮아가는지도 희미하게 알게된다.

 

 

뭐 이런식으로 전개해가면서 언젠가 오브(새벽)이 제국의 밤을 깨트리고 여명을 동틔우고, 로웰과 함께 천년이 지난 세상밖을 함께 거니는 것을 엔딩 겸 2부시작으로 쓰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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