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휘청 발끝의 방향도 흔들리고 좌우 다리가 엇갈리며

포장 하나 안 된 사람 다리로 다져진 흙길을 비척비척 걸어가네

 

저기 가는 그대요 지팡이는 필요 없으신가? 상인이 말을 거네

지팡이랍시고 팔아먹으려 쥔 것은 기다란 장우산이네

쨍쨍 눈물 한방울 떨어지지 않는 하늘이 며칠째였던가

유성이나 한바가지 내렸다

우산 상인이 어딘가 그늘진 눈으로 간드러지게 속살거리네

지팡이 사십쇼 지팡이

 

맹인의 다리는 찰나의 망설임도 없고 그저 비틀비틀 비척비척

상인은 무안하게 손을 거두네

머쩍은 손은 여전히 우산을 쥔 채 눈은 떠나는 사람의 굽이진 등을 향할 뿐이네

 

생애 마지막으로 보는 것을 별로 정한 저 사람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자신의 세계에 꽉 들어찬 섬광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영혼에 불타는 심지를 박아넣고 그 외엔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 선언한 저 등굽은 사람을 보라

저 걸음의 끝은 어디인고

다 저문 해의 마지막 남은 주홍빛 끝자락을 향해

어디까지 이어진지도 모르는 흙길을 밟는 발자국이 지평선에 닿을까

 

곧 밤이 오겠지만

밤도 낮도 그에게는 없겠지

북극성도 필요 없으리라

저이의 표지판은 눈꺼풀 안에서 빛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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