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름답다. 얕게 색색거리며 내쉬는 더운 호흡마저도 사랑스럽다.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내는 동작, 가느다랗고 곧은 손목, 톡톡 볼가졌지만 흉하지 않은 손의 뼈, 매끄러운 목선, 너의 핏줄 하나 하나까지

모든 것이 아름답다.

 

그렇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짙고 축축한 안개같았다. 한 치 앞을 알기 어려운, 이해의 범주로 정의하기 힘든 것을 마주쳤을 때 느끼는 두려움이 꼬리뼈부터 천천히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끈적거리는 광기의 늪이 그의 눈동자에 가득 차 어른거렸다.

 

도망치고 싶지만,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환희의 신음소리를 내며, 끈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서늘한 숨결이 볼에 와닿았다.

 

네게 무늬를 새겨줄게. 영혼에 껍질을 씌워, 나만이 볼 수 있는 너의 표식을 남겨줄테니 이별에 슬퍼마렴.

 

그의 길고 차가운 손가락이 턱을 어루만지다, 그가 확 나를 품에 안았다.

눈앞이 검은색 커튼을 확 드리운 것 처럼, 짙은 그림자로 시야가 가득찼다.

 

마치 거미의 다리처럼 소름끼치고 끔찍한 것이 등에서 춤을 췄다.

살갗으로 닿아오는 감각에 버둥거림조차 하지 못하고, 단지 몸을 떨자 그는 작게 낄낄거리며 웃었다.

웃음소리라기엔 낙엽이 밟혀 부서지는 공허함에 가까웠다.

 

그는 길고 긴 시간동안 손가락으로 등에 무언가를 적어내렸다.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그저 숨을 들이마쉬고 내쉬며, 저주라는 단어를 형상화한 것 같은 그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나를 놓아주었다. 기다란 손톱이 옅은 녹색으로 빛났다. 불길한 색.

 

남자는 이윽고 웃음을 뚝 멈추고 허리를 기괴하게 크게 접어 내 코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눈에는 내가 비치지 않고, 오로지 깊고 깊은 터널같은 어두움만 가득했다.

 

네게 영원한 아름다움을 주었으니 행복하렴.

 

그가 히죽 웃었다. 눈은 웃고있지 않았다. 길게 찢어진 입 사이로 얼기설기 날카로운 이빨이 나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공포에 희미하게 떨리던 몸이 아주 잠시 눈을 감았다 뜬 순간,

 

그도

안개도

모든 것이 꿈인 것 처럼 

 

나는 다시 나의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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